동네 기록관, 공공성 이슈

2020년 동네 기록관을 개관하고, 총알같은 몇 달이 지났다. 우리가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방향성과 내용을 담고 있는지 고민할 여력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날 문화도시 센터로 부터 연락을 받았다.

“시민분께서 동네기록관에 찾아주셨는데 문이 닫혀있더라고요?”
“동네 기록관 한 곳을 찾았는데, 도저히 관련 시설임을 느낄 수가 없었어요”
“활동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지만 동네 기록관이라고 납득하기가 어려워요”

위 내용은 말 그대로 시민들의 민원제기이다.

물론 홀린이 운영하는 동네 기록관에서 생겨난 이야기인지 확인되지는 않지만 당혹스러운 얘기이고, 우리도 피해갈 수 없는 이야기임에는 틀림 없었다. 여러모로 상당히 위축되는 소식이었다. 확실히 시민들은 동네 기록관을 꽤 거창하게 생각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후 동네 기록관 이라는 명칭에서 드러나는 보편적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가 더욱 고도화 되기 시작했는데, 따스한 봄날을 차갑게 만들어준 대표적인 이슈였다.

내용을 간단히 요약하면, 몇몇 시민들이 동네 기록관에 관심을 가져 주셨고, 박물관, 미술관과 같이 적당한 시간에 찾아가면 내용을 볼 수 있을거란 기대로 방문해주셨던 것 같다. “기록관” 이라는 명칭을 생각해 볼 때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그러나 실제 운영중인 동네 기록관 운영자 입장에서는 전혀 다른 상황이라는 것이 문제인데, 동네 기록관에 대한 인식은 공간보다는 콘텐츠 사업으로 이해하고 있었다. 특히 공간 인테리어 지원이나 지킴이 인건비를 책정하지 않았다면 더더욱 그럴 수 밖에 없다. 물론 시민들은 이런 내용을 알리가 없다.

동네 기록관 운영자의 입장만 대변한다면 사업 내용이 궁금할 때는 미리 연락이라도 주고, 통성명이라도 한 뒤 만나면 더할나위 없겠지만 현재까지 찾아오셨던 분 중 자신이 누구인지 밝힌 사람은 없었다. 사업에 대해 질문해주시는 내용도 기록과 관계 없는 걸 많이 물어보시곤 했다. 아쉬운 대목이다.

이슈가 생긴 뒤 홀린은 공공재적 속성을 어느정도 반영해 줘야 하나? 라는 질문을 하기도 했고, 실제로 최소한 이정도는 바꿔보자라는 실제적 계획을 세우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찾아오신 분들을 최대한 공손하게 반겨드리고, 그분들에게 현 상황을 친절하게 설명하고 우리가 하려는 계획들을 소개하는 일은 당연히 해야할 일이다. 하지만 불쑥 찾아오는 사람들까지 만나줄 수 있는 자원은 없는게 현실이다.

좋은 사람을 만나고 싶다. 기록에 대해 관심을 갖고, 의견을 공유하거나 비슷한 고민을 하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하지만 이런것은 너무나도 이상주의적 사고가 되곤 한다.

상황은 늘 변하기 마련이다. 지금은 좋지 않은 민원이 들어왔지만 동네 기록관 덕분에라는 말을 들을 날도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