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나는 기록 전문가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곤 한다.
사진이 기록적 특징을 갖고 있는건 사실이지만 의식적으로 기록을 염두해 작업하기 보다는 예술 매체로 시각적 임팩트를 최우선 해왔던 스스로를 잘 알기에 더더욱 이러한 질문을 할 수 밖에 없다.
문화기획 역시 마찬가지다. 여행을 준비하거나, 단체에서 캠프를 계획하듯 우리 삶에서 문화기획은 그렇게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다만 직업으로의 “문화기획”은 최근 대중화 되었고, 근래에 기획학교 프로그램들이 대거 신설되며 활동가가 부쩍 많아진 분야라 생각한다. 하지만 이 역할이 본격 직업인지는 아직 의문이 있다.
나는 문화기획을 통해 기록 활동을 하는 것에 정당성이 있는 사람일까? 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병 잘고치는 놈이 장떙이다” 라는 말이 최근 가장 와 닿는다.
문화는 본래의 뜻으로 “문치교화”를 자주 언급하곤 하는데, 나는 사람을 만드는 일이라 생각한다. 특정 이슈에 관심있는 사람을 찾아서 스스로 움직일 수 있게 동기유발을 시켜주고, 조금씩 도우며 결국 자력으로 결과를 도출하는게 가장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최근 시골 집에서 가족모임을 가졌는데 왠지 시간이 남을 것 같아 교구용으로 사용하던 디지털카메라를 여러대 챙겨갔다. 아이들에게 하나씩 쥐어주고, 무엇이든 해보라고 했고 의외로 아이들은 “사진대회”라는 컨셉을 정해 서로 자신이 더 낫다며 촬영을 하기 시작했다. 이를 보던 부모들은 매우 흐믓해하며 교육적인 활동이라 얘기하기도 했다.
나는 가족들에게 시골 마을을 촬영해 청주에서 전시를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을 했고, 다들 흔쾌히 너무 좋을것 같다고 얘기를 했다. 그리고 동생이 스스로 쓴 기획서로 약간의 전시 비용도 문화재단으로부터 후원을 받게 되었다. 11월에 아이들은 자신의 첫 번째 전시를 경험하게 된다. 어떤 교육 과정의 결과발표회가 아닌 스스로 작가적 활동을 통한 전시이다.
지금 내가 알고 있는 지역,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모두 아이들에게 전해줄 수는 없다. 아이들 역시 동네 이야기에 관심 없는게 보통이다. 그럼에도 지금 있는 이야기들이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어야 한다는 것은 꼭 필요한 일이다. 누군가에 의한 것이 아닌 스스로 자신의 문화를 찾아가고 발견하는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 되어야 할 것이다.